다가오는 '바이오' 패권시대…생명과학 육성에 미래 달렸다
코로나19와 함께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지만 이 불편한 공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전 세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생명과학이 있다. 생명과학은 생물학, 농학, 생명공학, 의학, 약학, 수산학 등 많은 분야에서 생명과 관계된 여러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생명과학의 연구 성과는 인류 복지를 위해 사용되며 지구에 존재하는 다른 생명체와의 공존에 기여하고 있다.
생명과학은 현재 다른 분야와 융합해 새로운 산업과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로보틱스와 빅데이터를 결합한 유전자 분석 기술은 인간의 유전체 규명과 치료를 앞당기고 있으며, 노동집약적 농업을 기술 및 데이터 집약적 산업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의료 산업은 인공지능(AI) 혁명의 가장 큰 수혜를 받는 분야 중 하나다. AI 알고리즘 적용으로 의료 데이터를 산업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환자 상태와 임상 데이터를 사례 중심으로 분석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내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AI와 원격진료 도입으로 새로운 의료 모델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려는 의료 AI 회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헬스케어 기업과 원격의료 기업을 인수해 의료 정보기술(IT) 사업에 뛰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한편 신·변종 전염병 조기 대응에 필요한 핵심 요소로 바이오 데이터와 소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30여 년 전부터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바이오 빅데이터를 축적·공유하는 글로벌 오픈 플랫폼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축적된 데이터 관리 비용 증가, 데이터 가치 상승 등의 이유로 무료 공유를 제한하려 하고 있다. 또 2017년 8월 17일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의정서' 발효 이후 유전자원, 천연물 등 실물 소재 수출국이 기술 이전을 포함한 공동 개발을 요구할 경우 수입국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활용해 선진국들은 실물 소재를 무기화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주도한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 중국 등은 자국에서 생산된 백신을 국가전략으로 자원화하려 하고 있으며, 백신을 무기로 백신외교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초기 의약품 부족현상과 자국 우선주의에 따른 수출 통제를 겪으며 우리는 독자적인 백신과 치료제의 자력 생산 필요성을 절감한 바 있다. 코로나19 같은 위급한 상황 또는 그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서도 국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길은 독자적인 백신·치료제를 개발하고 생산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바이오 데이터 및 원·부자재 9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의존은 반도체나 요소수 사태와 같은 수출 규제가 발생하면 국내 의약품 제조 및 바이오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글로벌 기술 독점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정책 마련과 체계적 관리가 더욱 필요하게 됐다.
이에 정부는 바이오 관련 연구개발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국가 바이오 데이터 스테이션'을 조성해 바이오 소재 국산화를 추진할 계획이며, 생명공학 분야 육성 발전을 위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정책방향을 담은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2년 시행될 제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2022~2031)은 기술패권 및 글로벌 기술 블록화에 대응하고 국내외 환경 변화, 디지털 대전환에 따른 바이오 기술 혁신 가속화 등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한 후 2022년 상반기에 최종 확정해 발표될 예정이다.
2021년 기준 세계 바이오 산업 시장 규모는 의료·헬스케어 3606억달러(62%), 농식품 1337억달러(23%), 산업공정 537억달러(9%) 등 총 5837억달러다. 코로나19 이전에 예측한 연평균 성장률 6.2%는 코로나19 영향으로 7.7%로 상승해 2027년 시장 규모는 911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로 인해 국가 간 기술 선점과 시장 선도를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전 세계 경쟁 구도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통합 컨트롤타워의 기능 강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여러 부처로 분산돼 일관된 정책 유지와 역할 분담이 곤란한 부분들을 과감하게 손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은 퇴보할 것이다. 반도체 성공으로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됐다면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하나인 바이오 산업을 지원·육성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지원은 바이오 관련 원·부자재의 국산화를 앞당기고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지금도 생명과학과 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연구자와 산업계 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상설 전시관을 개방하고 있으며 생명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을 제공하고 있다. 과학기술관 1층에서는 생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생물마다 수명은 왜 다른지 등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학기술관 2층에서 줄기세포와 치료 방법, 국산 백신, 형광돼지, 무균돼지 등 바이오 산업 결과물과 실물 표본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미래기술관에서 메디컬 엔지니어링, 바이오 메디컬 스캐너, 인공 장기, 바이오 잉크 등 미래 바이오 기술을 전시하고 있다.
출처: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