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꿈틀’…藥 패러다임 바꾸는 전자약
미래의 약 작용기전은 ‘몸 밖에서는 소프트웨어, 몸 안에서는 전기자극’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머리로 먹는 약이라 불리는 ‘디지털치료제(Digital
Therapeutics·디지털테라퓨틱스)’나 ‘전자약(Electroceuticals·일렉트로슈티컬)’이 향후 의료기기 개발의 중추가 될 전망이다.
셀리코 등의 기업이 뛰어든 전자눈은 전자약의 일종이다. 안구에 이식해 전기자극을 주는 형태로 신경이 제 기능을 하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석 셀리코 대표는 “미래의 전자약은 우리 몸에 이식하는 형태로 가게 될 것”이라며 “작게 만들고, 기능을 강화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자약은 말 그대로 전자(electronic)와 약품(pharmaceutical)을 합한 것이다. 뇌와 신경에 전기자극을 줘, 중추신경계 질환이나 우울증, 면역이나 대사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전자장치가 전자약이다.
몸 밖에서 미래약의 역할을 하는 것은 디지털 치료제라 할 수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애플리케이션이나 게임 등 소프트웨어로 환자의 행동과 인지를 바꿔 병을 치료하는 방식을 말한다. 주로 우울증이나 알코올 중독 등 정신질환을 다루는 영역에서 시도됐다. 최근에는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중요한 당뇨, 고혈압 등에도 디지털 치료제를 도입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로 불리는 ‘리셋’은 약물 중독 등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인지행동치료(CBT)를 수행하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일본 제약업체 오츠카가 조현병 치료제 ‘아빌리파이’에 미국 기업 프로테우스 디지털헬스(PDH)가 특수 제작한 센서를 내장시켜 출시한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도 디지털 치료제로 분류된다. 이 제품은 환자가 약을 먹으면 위산에 칩이 녹으면서 센서가 반응해, 스마트폰으로 복약 신호를 보내는 형태다.
디지털 치료제나 전자약은 국내 규제상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부작용이나 중독의 위험이 없어, 화학 성분 중심의 기존 의약품 단점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미래약으로 불린다. 성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전 세계 디지털치료제 시장 규모가 연평균 20% 성장해 2025년에는 1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전자약 시장 규모가 2016년 172억달러(한화 20조원)에서 2021년 252억달러(한화 29조원)로 연평균 8%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세계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는 21억2000만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19.9% 성장해 2026년에는 96억4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최근 디지털 치료제나 전자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리메드가 개발한 우울증 치료 목적의 의료용 전자기발생기나 와이브레인이 출시한 이마에 붙이는 편두통 치료기, 우울증 치료용 전자약 ‘마인드’ 등이 초기 주자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4일 디지털 치료기기, 전자약 등의 연구개발(R&D)을 위한 디지털치료연구센터를 개소하기도 했다.
출처: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