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치료제, 비만•당뇨로 범위 확장…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지역 콘텐츠 기업 스튜디오코인이 개발한 디지털치료제 '운전 중 교통사고 후 PTSD 완화 VR 기반 ICT 심리케어 콘텐츠' 임상시험이 전남대병원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제공).
전자약과 디지털 치료제의 활용 범위가 정신질환 등에 국한되지 않고 두통·소화불량 같은 가벼운 증상에 쓰일 정도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정재훈 전북대 약학대학 교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28일 발간한 22호 정책보고서(KPBMA
Brief)의 ‘디지털 치료제를 통한 산업 패러다임 전환’ 제하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전자약과 디지털 치료제의 적용범위가 더 이상 정신질환이나 신경질환 등 좁은 영역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면서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 질환, 항암까지 그 치료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머지않아 만성질환에 현재의 화학약물을 복용하지 않거나 최소화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며 “만성질환 뿐 아니라 두통, 소화불량 등 가벼운 증상에도 이 기술이 적용될 것이다”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제는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기존 치료제를 대체 및 보완하는 소프트웨어다. 의료기기지만 기존 의약품과 유사한 치료 기능을 제공하고 실제로 사용되려면 의사 처방도 필요하기 때문에 3세대 치료제로 불린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2018년 21.2억 달러에서 연평균 19.9%씩 성장해 2026년에는 96.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 교수는 2011년 노보큐어의 ‘옵튠’이란 전자종양치료기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면서 이미 전자약과 디지털 치료제의 적용범위가 정신질환, 신경질환에 국한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 CDC(질병관리센터)가 2017년 당뇨예방앱인 눔(Noom)과 2018년 오마다 헬스(Omada
Health)를 인증하면서 다양한 만성질환 예방솔루션이 개발·제공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 페어 테라퓨틱스가 세계 첫 약물중독 치료용 소프트웨어 ‘리셋’을 개발한 이래 2018년 아편류 중독자 치료 목적으로 의사 처방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리셋오’가 FDA 승인을 받았다. 2형 당뇨 디지털 치료 기술로는 웰독의 ‘블루스타’와 불룬티스의 ‘인슐리아’가 있다.
정 교수는 이러한 디지털 치료제 기술은 ‘생체표적+올가노이드+ICT+마이크로 로봇 기술’의 융합 특성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 중 ‘생체표적+올가노이드’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존 의약기술이다. 이에 따라 다수 다국적 제약사가 기술-벤처회사들과 제휴해서 R&D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대형병원의 R&D 팀과 IT 기술 벤처회사들이 소규모 연합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약’(藥)이 아니라는 개념이 중심에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법제상 디지털 치료제는 의약품이 아닌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또 의약품의 법적 정의는 ‘사람 또는 동물의 질병의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기구·기계가 아닌 것’이다.
정 교수는 “생명과학적 관점에서 전자약과 디지털 치료제도 의약품의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의약품의 정의에서 ‘기구·기계가 아닌 것’이란 단서를 제거하는 것은 어떨까? 약은 화합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프트웨어나 미세 장치를 의약품으로 보는 순간 제약 R&D의 패러다임은 바뀔 것이다”며 “기업에선 전통적 제약 R&D센터의 합성과 약리·독성, 제제 등의 연구실 대신에 ICT-기반 창약 연구실이나 융합연구실이 중요해 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래 그 시점에서도 제약의 개념이 고집스럽게 유지된다면, 현 제약기업들의 공간이 어떻게 변하겠냐”면서 “생명을 향한 기술의 발전은 지속될 것이니만큼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이라는 새로운 길을 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