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25
실수로 공개된 ‘TIGIT 억제제’ 임상데이터, 희망의 불씨 살릴까
|로슈 TIGIT 억제제 ‘티라골루맙’, 임상서 긍정적인 결과 보여
|통계적 유의미성 입증 못해 ... “시장 경쟁력 떨어진다는 의미”
새로운 면역관문 억제제로 주목을 받았으나 잇따른 임상 실패로 의구심이 증폭된 TIGIT 억제제에 다시 기대감이 쌓이고 있다. 약물 개발에 있어 가장 앞서 있는 스위스 로슈(Roche)는 이를 계기로 희망의 불씨를 살리려는 모양새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슈는 22일(현지 시간), 자사의 TIGIT 억제제 ‘티라골루맙(tiragolumab)’을 평가하는 임상 3상 시험(시험명: SKYSCRAPER-01)의 중간 분석 결과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간 실패를 일삼아 오던 TIGIT 억제제 임상 연구에서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해당 시험은 PD-L1 발현이 높은 국소진행성·절제 불가능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 534명을 대상으로 ‘티라골루맙’ 및 PD-L1 억제제 ‘티쎈트릭(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atezolizumab)’ 병용요법과 ‘티쎈트릭’ 단독요법을 평가한 연구였다.
앞서 지난해 5월에 발표된 중간 분석 시점에서 ‘티라골루맙’ 병용요법은 2개의 1차 평가변수 중 1개를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티쎈트릭’ 단독요법 대비 ‘티라골루맙’ 병용요법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이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1차 평가변수인 전체 생존율(OS)의 경우, 데이터가 성숙되지 않아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중간 분석 데이터를 살펴보면, ‘티라골루맙’ 병용요법은 PFS에서도 유망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15.5개월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티라골루맙’ 병용요법 투약군의 PFS는 22.9개월, 대조군은 16.7개월로, 사망 위험이 1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올해 2월에 SKYSCRAPER-01의 중간 분석을 완료했지만, 데이터를 발표할 계획이 없었다가 22일 홈페이지에 실수로 게시되면서 분석 결과가 밝혀졌다. 로슈라는 기업의 얄팍한 술수가 드러난 순간 이었다. 로슈는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연구의 최종 분석 결과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소식에 대해 TIGIT 억제제의 꺼져가는 불씨가 어렵사리 살아났다는 목소리나 나온다. 그동안 연이은 임상 실패 소식에 TIGIT 억제제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갔기 때문이다.
|통계적 유의미성 없어
TIGIT(T-cell immunoglobulin and ITIM domain)는 T 세포의 공격을 중지시켜 체내 면역 체계를 조절하는 일종의 면역관문 단백질이다. TIGIT 억제제는 TIGIT를 억제하여 T 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면역관문 억제제이다.
동일한 기전의 약물로는 CTLA-4 및 PD-1 억제제가 있다. 암 세포는 면역관문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면역 체계의 공격을 회피하는데, 이때 면역관문 억제제는 암 세포가 면역 체계를 회피하는 기전을 저해하여 T 세포가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활성화시킨다.
대표적인 면역관문 억제제는 PD-1 억제제인 미국 BMS(Bristol Myers Squibb)의 ‘옵디보(Opdivo, 성분명: 니볼루맙·nivolumab)’ 및 미국 MSD의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 CTLA-4 억제제인 ‘여보이(Yervoy, 성분명: 이필리무맙·Ipilimumab)’가 있다.
면역관문 억제제에는 큰 단점이 있는데, 바로 반응률이 낮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반응률은 30% 내외인데다, 대장암과 췌장암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TIGIT 억제제는 기존의 면역관문 억제제와의 조합으로서 단독요법 대비 더 높은 반응률을 보일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에 전 세계 제약 업체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 개발에 속속 뛰어들었다. 글로벌 빅파마들도 두 팔을 걷어 올리면서 개발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만, 지난해 로슈가 2번이나 ‘티라골루맙’의 임상에서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고, 길리어드의 TIGIT 억제제 ‘돔바날리맙(domvanalimab)’ 또한 관련 2상 연구에서 애매한 결과를 확보하면서 TIGIT 억제제에 대한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 이번에 실수로 공개된 ‘티라골루맙’의 SKYSCRAPER-01 중간 분석 결과는 TIGIT 억제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TIGIT 억제제가 이번 데이터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번 SKYSCRAPER-01 중간 분석에서 ‘티라골루맙’은 분명 생존과 관련된 임상적 이점은 보였지만, 통계적 유의미성은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SKYSCRAPER-01 연구에서 PFS의 위험비를 살펴보면, 95% 신뢰구간(CI: 0.63, 1.03)에서 위험비는 0.81이었다. 신뢰구간 데이터에 1 이상의 수치가 포함되어 있으면, 실제 값이 1보다 크거나 작을 지, 다시 말하자면 대조군에 비해 치료군에서 치료 효과가 더 많이 발생할 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SKYSCRAPER-01 연구에서 PFS의 신뢰구간 데이터에 1.03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TIGIT 병용요법이 보여준 임상적 이점에 대해서는 논란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상업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결론 맺었다.
이는 TIGIT 억제제에 대한 기존의 평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TIGIT 억제제가 이미 상용화된 수많은 항암제들 사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이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분석이 이전에 나온 바 있다.
출처 : 헬스코리아뉴스
URL : https://www.hk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334071
|통계적 유의미성 입증 못해 ... “시장 경쟁력 떨어진다는 의미”
새로운 면역관문 억제제로 주목을 받았으나 잇따른 임상 실패로 의구심이 증폭된 TIGIT 억제제에 다시 기대감이 쌓이고 있다. 약물 개발에 있어 가장 앞서 있는 스위스 로슈(Roche)는 이를 계기로 희망의 불씨를 살리려는 모양새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슈는 22일(현지 시간), 자사의 TIGIT 억제제 ‘티라골루맙(tiragolumab)’을 평가하는 임상 3상 시험(시험명: SKYSCRAPER-01)의 중간 분석 결과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간 실패를 일삼아 오던 TIGIT 억제제 임상 연구에서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해당 시험은 PD-L1 발현이 높은 국소진행성·절제 불가능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 534명을 대상으로 ‘티라골루맙’ 및 PD-L1 억제제 ‘티쎈트릭(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atezolizumab)’ 병용요법과 ‘티쎈트릭’ 단독요법을 평가한 연구였다.
앞서 지난해 5월에 발표된 중간 분석 시점에서 ‘티라골루맙’ 병용요법은 2개의 1차 평가변수 중 1개를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티쎈트릭’ 단독요법 대비 ‘티라골루맙’ 병용요법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이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1차 평가변수인 전체 생존율(OS)의 경우, 데이터가 성숙되지 않아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중간 분석 데이터를 살펴보면, ‘티라골루맙’ 병용요법은 PFS에서도 유망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15.5개월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티라골루맙’ 병용요법 투약군의 PFS는 22.9개월, 대조군은 16.7개월로, 사망 위험이 1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올해 2월에 SKYSCRAPER-01의 중간 분석을 완료했지만, 데이터를 발표할 계획이 없었다가 22일 홈페이지에 실수로 게시되면서 분석 결과가 밝혀졌다. 로슈라는 기업의 얄팍한 술수가 드러난 순간 이었다. 로슈는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연구의 최종 분석 결과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소식에 대해 TIGIT 억제제의 꺼져가는 불씨가 어렵사리 살아났다는 목소리나 나온다. 그동안 연이은 임상 실패 소식에 TIGIT 억제제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갔기 때문이다.
|통계적 유의미성 없어
TIGIT(T-cell immunoglobulin and ITIM domain)는 T 세포의 공격을 중지시켜 체내 면역 체계를 조절하는 일종의 면역관문 단백질이다. TIGIT 억제제는 TIGIT를 억제하여 T 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면역관문 억제제이다.
동일한 기전의 약물로는 CTLA-4 및 PD-1 억제제가 있다. 암 세포는 면역관문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면역 체계의 공격을 회피하는데, 이때 면역관문 억제제는 암 세포가 면역 체계를 회피하는 기전을 저해하여 T 세포가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활성화시킨다.
대표적인 면역관문 억제제는 PD-1 억제제인 미국 BMS(Bristol Myers Squibb)의 ‘옵디보(Opdivo, 성분명: 니볼루맙·nivolumab)’ 및 미국 MSD의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 CTLA-4 억제제인 ‘여보이(Yervoy, 성분명: 이필리무맙·Ipilimumab)’가 있다.
면역관문 억제제에는 큰 단점이 있는데, 바로 반응률이 낮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반응률은 30% 내외인데다, 대장암과 췌장암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TIGIT 억제제는 기존의 면역관문 억제제와의 조합으로서 단독요법 대비 더 높은 반응률을 보일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에 전 세계 제약 업체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 개발에 속속 뛰어들었다. 글로벌 빅파마들도 두 팔을 걷어 올리면서 개발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만, 지난해 로슈가 2번이나 ‘티라골루맙’의 임상에서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고, 길리어드의 TIGIT 억제제 ‘돔바날리맙(domvanalimab)’ 또한 관련 2상 연구에서 애매한 결과를 확보하면서 TIGIT 억제제에 대한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 이번에 실수로 공개된 ‘티라골루맙’의 SKYSCRAPER-01 중간 분석 결과는 TIGIT 억제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TIGIT 억제제가 이번 데이터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번 SKYSCRAPER-01 중간 분석에서 ‘티라골루맙’은 분명 생존과 관련된 임상적 이점은 보였지만, 통계적 유의미성은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SKYSCRAPER-01 연구에서 PFS의 위험비를 살펴보면, 95% 신뢰구간(CI: 0.63, 1.03)에서 위험비는 0.81이었다. 신뢰구간 데이터에 1 이상의 수치가 포함되어 있으면, 실제 값이 1보다 크거나 작을 지, 다시 말하자면 대조군에 비해 치료군에서 치료 효과가 더 많이 발생할 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SKYSCRAPER-01 연구에서 PFS의 신뢰구간 데이터에 1.03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TIGIT 병용요법이 보여준 임상적 이점에 대해서는 논란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상업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결론 맺었다.
이는 TIGIT 억제제에 대한 기존의 평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TIGIT 억제제가 이미 상용화된 수많은 항암제들 사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이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분석이 이전에 나온 바 있다.
출처 : 헬스코리아뉴스
URL : https://www.hk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334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