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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7

[제약바이오 R&D 인사이더스]4년 만에 기사회생 디엑스앤브이엑스 '균'으로 환골탈태

4년 만에 거래 재개에 성공한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의 체질 개선 키워드는 균이다. 진단기업이 아닌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기존 진단 영역에서 쌓은 연구개발 노하우는 물론 관계사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균에 대한 모든 것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그 중심에는 이수원 Dx&Vx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소 소장(사진)이 있다. 그는 1975년부터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외길을 걸어온 베테랑이다. 이 소장은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인연으로 2012년 한미사이언스에 합류한 뒤 북경한미약품, 코리그룹을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고성장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새 먹거리로 낙점

"지난 4월 미국 세레스 테라퓨틱스의 SER-109(제품명 보우스트)가 최초의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장염을 일으키는 클로스티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 치료제로, 이번 FDA 승인은 건강기능식품이나 보조제로만 취급됐던 마이크로바이옴 제품이 신약으로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는 장뿐만 아니라 질병 치료제로 적용 범위가 확대할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몸 안에 사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로, 인체 속 미생물과 유전 정보를 통칭한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체내 미생물을 기반으로 개발하는 만큼, 비교적 부작용이 적은 게 특징이다. 특히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중 하나로 각광받는다.

이 소장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권위자다. 1975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해 50여년간 유산균 연구를 지속해 왔다. 이후 한국야쿠르트 연구소에서 응용개발연구실 실장을 지내면서 1988년 국내에서 선발한 균을 이용한 '슈퍼100'을 개발했다. 슈퍼100은 출시 첫해 하루 평균 10만개가 팔릴 정도로 국내 떠먹는 발효유 붐을 일으킨 제품이다.

북경한미약품 중국 북경한미약품의 주력 제품인 어린이용 유산균 정장제 '마미아이'를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1994년 당시 중국은 성인용 의약품을 쪼개거나 나눠 어린이에게 먹이던 시절이었는데, 중국 7개 병원에서 임상을 거쳐 마미아이를 현지 의약품 당국에 등록했다. 현재 마미아이는 북경한미약품 연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효자 제품으로 꼽힌다.

그는 전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이제 막 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섭취하는 유산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몸속 미생물 군집이 상호작용함으로써 여러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소장은 "한국야쿠르트에서 근무할 때만 해도 유익균이 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만 생각했지 질병 치료가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면서 "요즘 논문을 보면 다양한 종류의 균이 면역 증강, 수면 질 개선, 피부 미용 등에 효과를 보이는 걸 넘어 파킨슨병, 치매 등 정신 질환과도 많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고 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54.8%씩 성장해 2027년 14억6530만달러(1조9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 역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등 6개 부처를 중심으로 2025년부터 '인체질환 극복 마이크로바이옴 기술개발사업(가칭)'을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건기식부터 신약까지 균 관련 모든 것 상용화"

Dx&Vx가 마이크로바이옴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19년 거래가 정지된 Dx&Vx는 지난 3월 거래 재개에 성공했다. 기존 사업은 산전·산후 신생아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전체 진단 영역이 중심이었다. 거래 재개 이후 마이크로바이옴 영역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데 주력하는 중이다.

목표는 균에 대한 모든 것 상용화다. 세부 전략은 세 단계로 나뉜다. 우선 소비자용, 산업용 균 개발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건강기능식품 시장 공략에 나선다. 다음으로 백신 예방 효과를 높이는 면역증강제(아쥬반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나아가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치료제까지 개발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한 기틀도 마련했다. 최근 코리그룹으로부터 미생물 균주 2종의 특허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럼과 △바실러스 코아귤런스가 그 주인공이다. 각각 백김치에서 분리된 식물성 유산균, 우유에서 분리한 포자 형성 균이다.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럼은 유해균 억제 및 유익균 증식 기능과 체내에서 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각종 산화물질 제거 능력을 입증, 특허 등록을 마쳤다. 바실러스 코아귤런스는 열에 강해 젤리나 초콜릿, 빵 등으로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들 균주의 상용화와 관련해 이 소장은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럼은 자체 개발 프로바이오틱스 건강기능식품뿐만 아니라 각종 곡물 발효 제품, 화장품 등에 적용할 예정"이라며 "바실러스 코아귤런스는 추가적인 연구를 계속해 면역력 증진 기능성을 가진 개별인정형 원료로 등록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개별인정형 원료는 기업이 자체 연구개발해 효과를 입증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검증받은 성분이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식약처 고시 원료와 달리 개별인정형 원료로 등록하면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는다.

종창역인 신약의 경우 고지혈증, 당뇨나 비만 등 대사 질환을 적응증으로 하는 치료제를 개발한다. 그는 "다른 약과 함께 투여하는 아쥬반트는 현재 이탈리아에서 실험 중"이라면서 "신약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비만 등을 중심으로 적응증을 세분화하고 병용요법이나 복합균 등을 통해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관계사 '시너지' 강점…"또다시 유산균 혁신 이끌겠다"

DX&VX가 내세우는 핵심 경쟁력은 관계사 간 시너지다. 북경한미약품, 코리그룹 등 관계사가 오래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역사를 보유한 만큼, 이들 연구개발 역량을 이용하면 후보물질 도출 단계 이후 임상 단계에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인수한 기업과의 접점도 지속해서 늘릴 예정이다. DX&VX는 지난해 9월 건강기능식품 제조 기업 한국바이오팜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 4월 펩타이드 기반 신약개발 기업 에빅스젠을 인수했다.

이 소장은 "신약 개발 시 마이크로바이옴 후보물질 탐색 과정에서 이미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접목할 수 있고 정확한 치료 기대 효과와 작용 원리를 파악하기 위한 유전체 분석 기술도 보유했다"며 "신약 개발 전 과정을 회사가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이 탄생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몸속 미생물은 수천종이 넘는데, 개인마다 가진 장내 미생물 균총이 달라 같은 제품이라도 사람별로 다른 효과가 나타난다. 또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보통 생균을 직접 섭취하는 방식으로 안전성 측면에서 인체에 해가 없다는 걸 확실하게 밝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현재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이제 막 그 가능성을 향해 첫발을 내디딘 상황"이라며 "자사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소는 기능성 유익균을 분리해 식품 산업에만 적용하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그룹사의 모든 연구소와 협력해 인류 건강 및 질병 치료를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출처 : 더벨

URL : http://m.thebell.co.kr/m/newsview.asp?svccode=00&newskey=202306260720528740109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