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9

생명공학의 열쇠 RNA

오늘날 RNA을 활용한 생명공학이 발전하기까지 많은 과학자들의 집념의 연구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1986년 하버드 재학생 제니퍼 다우드나와 지도교수 잭 쇼스택의 만남이 주목을 받는다. 당시 많은 과학자들이 DNA 연구에 집중하고 있을 때 잭 쇼스택은 RNA가 생명의 기원을 밝힐 열쇠라고 생각했다.

월터 아이작슨의 저서 <코드 브레이커>에 따르면, 생명공학계는 30억 달러를 들인 인간 게놈프로젝트로 DNA 지도를 확보했지만, 테이-삭스병, 경상적혈구 빈혈증 등 단일 유전자가 관여하는 간단한 형태의 유전 질환 치료법조차 찾아내지 못했다. 밝혀낸 DNA의 염기 서열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의 곳에서 실마리가 풀렸다. DNA의 전령 RNA였다.

쇼스택 랩에 합류한 다우드나의 집념은 RNA를 대스타로 만들었다. RNA는 난치병 치료와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DNA는 코딩된 정보를 보호하거나 스스로를 복제하는데 시간을 사용한다면 RNA는 동적인 DNA와 달리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다.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단백질 등 여러 물질을 생산해 낸다. 휘발유가 없으면 자동차가 제 기능을 못하듯이 RNA가 없는 우리 몸은 상상할 수도 없다.

수행원 정도로 여겨졌던 RNA는 어떻게 난치병 치료와 코로나19 팬데믹의 해결사로 떠올랐을까. 유전자 편집은 문제가 있는 특정 DNA 염기서열을 잘라낼 수 있는 효소를 찾고, 그 지점까지 이 효소를 안내하는 물질을 개발하는 게 관건이다.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DNA를 잘라내버리는, 마치 공학과학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얘기가 이제 현실에서 가능한 일이 됐다. 현재 3세대에 안착한 유전자 편집 기술은 RNA로 완성도를 더했다.

3세대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 시스템은 가이드(Guide) RNA가 주인공이다. 3세대 기술은 Guide RNA의 안내를 받은 Cas9(절단 효소)이 특정 DNA의 부분을 잘라내는 현상을 활용했다. Guide RNA의 염기서열만 수정하면, 잘라내 버리고 싶은 특정 유전자 도려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발상은 실제 생쥐의 색깔을 바꾸는 실험으로, Guide RNA를 활용한 유전자 편집이 가능하다는 게 증명됐다. 이후 인간 유전자 치료법에도 도입돼 겸상적혈구 빈혈증 등을 치료하기도 했다.

RNA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또 한 번의 주목을 받는다. 코로나19 백신에서는 특정 단백질을 만들라고 지시하는 mRNA가 백신 개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 제약회사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RNA에서 인간세포에 들러붙는 스파이크단백질을 만드는 염기 서열로 활용해 mRNA 백신을 만들었다.

RNA를 활용한 생명공학 기술이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과연 어디까지 유전자 편집이 가능할까라는 물음과 싸워야 한다. 실제 중국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로 DNA가 편집된 아기가 태어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mRNA 활용한 코로나19 백신 역시 접종 후 나타나는 부작용을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지난 3월 국내 방역당국은 mRNA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심근염에 대한 인과관계를 공식 인정하기도 했다.

크리스퍼 Cas9을 발견한 성과로 샤르팡티에와 함께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는 향후 5~10년 내 크리스퍼를 활용한 공인된 치료법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이보다 앞서 2019 7월 크리스퍼의 체내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유전자 편집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생명공학은 RNA를 발판삼아 인간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출처 : 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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